실업급여를 받아서 '감히' 샤넬 선글라스 사고, 해외여행을 간다고?

ⓒ픽사베이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임이자)는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을 초청해 ‘실업급여’ 관련 정책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실업급여 지급액과 기간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됐습니다.

간담회 내용을 한 번 살펴볼까요?

ⓒ픽사베이

[조현주/서울고용지방노동청 담당자]
"저희 고용보험이 생긴 목적에 맞는, 그런 남자분들 같은 경우 정말 장기적으로 갑자기, 그런 분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오시는데, 여자분들, 계약기간 만료, 젊은 청년들, 이 기회에 쉬겠다고 옵니다. 그다음에 실업급여 받는 도중에 해외여행 가요. 그리고 자기 돈으로 내가 일했을 때 살 수 없었던 샤넬 선글라스를 사든지 옷을 사든지 이런 식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생각을 했을 때 이것은 아니지 않느냐…"

재밌습니다. '장기적으로 갑자기 어두운 표정으로' 오는 '남자분들'과 '쉬겠다고' 오는 '여자분들, 계약기간 만료, 젊은 청년들'이라고 말하고 있네요. 왜 '남자분들'은 '장기적'으로 일을 했는데 '갑자기' 그만두게 되어 '어두운' 표정으로 오는 것인가. 왜, '여자분들과 계약기간 만료된 분들과 젊은 청년들'은 '쉬겠다고' 오는 것인가? 

애초에 여자분들과 비정규직 분들과 젊은 청년들이 '장기적'으로 일할 수 없는 환경이 문제 아닐까요? 게다가... 실업급여는 자의로 일을 그만두었을 때는 받을 수 없습니다. 기본 권고사직인데, 회사에서 짤린 사람이 '쉬겠다고' 실업급여를 타먹을까요?

실업급여는 일을 할 수 없는 동안에 지급되는 것으로 그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고용보험'이라는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공제하던 것에서 지급받는 것입니다. 실업급여를 받기는 쉽지도 않을 뿐더러, 맡겨둔 것처럼 찾아 먹을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실업급여를 받아서 '자기 돈으로 내가 일했을 때 살 수 없었던 샤넬 선글라스를 사든지 옷을 사든지 이런 식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이 말은 굉장히 악의적이죠.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은 곤궁해야 하나요? 샤넬 선글라스를 사든, 옷을 사든 그것은 그 사람의 자유입니다. 게다가 실업급여는 법정화폐 즉, 현금으로 지급되는데 이 사람이 이걸 받아서 샤넬을 샀는지 에르메스를 샀는지 어떻게 알죠? 

'실업급여 받는 도중에 해외여행 가요.' 이 말도 어이가 없습니다. 실업급여 받는 중에는 해외여행을 갈 수 없습니다. 단기간의 해외체류만 가능하며, 실업인정일과 겹치면 안 됩니다. 이런 기본적인 팩트체크도 하지 않고 그냥 막... 말하시네요.

[박대출/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참석자들은 일하는 사람이 더 적게 받는 기형적인 실업급여가 바뀌어야 한다는 원칙에 뜻을 같이했습니다. 실업급여가 악용돼서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으로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실업자가 조속히 재취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민당정이 인식을 같이했습니다. 이에 따라서 현행 실업급여 제도가, 최저임금의 80%를 지급하는 높은 하한액 제도와 지나치게 관대한 실업급여 지급 요건으로 인해서 단기취업과 실업급여 수급을 반복하는 왜곡된 단기계약 관행을 낳고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 구인난이 가중되고 있고,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 취업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서 지난해의 경우 수급기간 중 재취업률이 28%에 불과하다는 것도 지적되었습니다.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 포함해서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시럽급여' ㅎㅎ 할 말이 없다. 실업급여 받아보신 적 없으시죠?

'최저임금의 80%를 지급하는 높은 하한액 제도와 지나치게 관대한 실업급여 지급 요건으로 인해서 단기취업과 실업급여 수급을 반복하는 왜곡된 단기계약 관행을 낳고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음... 누구도 어렵게 잡은 직장을 쉽게 때려칠 생각을 하진 않습니다. 실업급여를 타려면 최소 10개월은 일을 해야하는데, 고작 실업급여 타겠다고 경력으로 쳐주지도 않을 10개월을 선택하는 사람은 없어요. 자신의 이력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실업급여는 '회사에서 짤려야' 받을 수 있습니다. 자의로 그만둔 사람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예요. 

[권칠승/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없애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 노동시간 69시간 확대 추진에 이은 후속 작품으로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노동 개악입니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은 당연히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정당하게 실업급여를 받는 노동자에게 피해를 준다면 개혁을 빙자한 개악입니다. 노동자의 월 소득이 최저임금 80% 수준보다 적은 현실을 먼저 개선해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한 후 대책을 수립하십시오. 그리고 제발 다양한 계층의 이야기를 경청하십시오. 편향된 의견만 청취해서는 절대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럴 것이다'라고 책상 앞에 앉아서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발로 뛰어서 각 계층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입니다. 그렇게 했더라면 저렇게 시럽급여니, 해외여행이니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가 나오진 않았겠죠.

[김희서/정의당 수석대변인]
"국민의힘 노동개혁특위가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불안정한 노동시장에서 구직 한번 제대로 안 해보고, 실업급여 한번 제대로 안 받아본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노동 개혁하겠다며 에어컨 바람 밑에서 정책 운운하고 있으니, 결과는 뻔합니다. 나라 경제, 민생경제를 위기에 몰아넣어 불안정한 일자리, 불안정 노동자를 양산한 정책 실패는 돌아보지도 않고,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을 무슨 구직을 기피하며 부정수급으로 재미 보려는 이들로만 보는 뒤틀린 관점부터 바꾸길 촉구합니다. 유튜브 놀음, 탁상놀음 그만하고 노동과 민생 현장 좀 똑바로 보고 뭘 좀 하기 바랍니다. 단언컨대, 실업상태로 불안한 삶을 살며 실업급여의 달콤함으로 연명하고 싶어 하는 노동자는 없습니다."

맞는 말이네요.

그렇다면, 실업급여란 과연 무엇이길래 이렇게 화제일까요?

ⓒ픽사베이

실업급여란 무엇인가요?
실업급여는 근로자가 실직했을 때 재취업 활동을 하는 기간 동안 소정의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생활의 안정 및 재취업 기회를 지원해주는 제도입니다. 즉, 구직급여라고도 하며 줄여서 `구직급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실업급여 수급조건은 어떻게 되나요?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가 실직 후 재취업활동을 하는 기간에 소정의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실업으로 인한 생계불안을 극복하고 생활의 안정을 도와주며 재취업의 기회를 지원해주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자발적 이직자, 중대한 귀책사유로 해고된 경우 또는 정당한 사유없는 자기사정으로 이직한 경우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습니다.

실업급여 신청방법은 어떻게 되나요?
실직 이후 거주지 관할 고용센터를 방문하거나 온라인 홈페이지에서도 신청가능합니다. 단, 워크넷 등록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미리 워크넷 회원가입 절차를 완료해야 합니다. 또한 신분증 지참 후 센터방문 시 제출서류로는 1수급자격인정신청서 2재취업활동계획서 3신분증 4근로계약서 사본 5사업주 확인서 6전직장 사업주 확인서 7기타 증빙자료 (필요시) 8본인명의 통장사본 9개인정보수집·이용동의서 10주민등록등본 11가족관계증명서 가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각 지역별 고용센터나 국번없이 1350으로 문의하면 됩니다.